"퍼스널브랜딩 열심히 하시네요?"
지난해 종종 들었던 말이다. 사실 난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것이 내 자신을 브랜딩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오히려 글을 통해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강연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새로운 통찰을 얻는 것은 나에게 있어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과정이다. 이는 어제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은 나만의 소명과도 같다.
하지만 최근 '퍼스널브랜딩'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무분별하게 자신을 포장하려는 시도들이 만연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글로벌 기업에서 브랜드매니저로서 브랜드 기획부터 성장까지 전 과정을 경험한 바 있기에 '브랜딩'이라는 단어 자체가 내게 낯설거나 불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칫 내실을 잃고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에만 집착하게 된다면, 퍼스널브랜딩의 진정한 의미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피상적인 접근에 그칠 수 있다.
진정한 퍼스널브랜딩이란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일관되게 실천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내적인 성장에 주력하고 자신만의 진실된 이야기를 꾸준히 전달할 때 비로소 설득력 있는 퍼스널브랜드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앞으로도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성장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퍼스널브랜딩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무작정 유행에 편승하기보다는 자신만의 내공을 튼튼히 쌓는 데 집중해야 한다. 오랜 시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온 사람들의 경우, 퍼스널브랜딩을 의식하지 않아도 어느새 개인 브랜드가 확립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퍼스널브랜딩의 자세가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우리에게 퍼스널브랜딩이 필요한 걸까? 최근 들어 퍼스널브랜딩에 대한 담론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마치 이것이 개인의 성공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퍼스널브랜딩의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자기PR'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 '퍼스널브랜딩'이라는 그럴싸한 단어가 등장하더니 마치 이것이 없으면 개인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도태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퍼스널브랜딩에 대해 익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의 압박감 때문에 관련 서적을 구매하거나 강연을 듣는 등 허겁지겁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퍼스널브랜딩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수많은 강연과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이런 퍼스널브랜딩 열풍의 배경에는 여러 사회심리학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먼저 '사회 비교 이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의견을 평가할 절대적 기준이 모호할 때,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상대적 위치를 가늠하려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에서 퍼스널브랜딩의 성공 사례들이 부각되면서, 이를 접한 사람들은 자신도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심리적 압박감은 무분별한 퍼스널브랜딩 열풍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희소성의 원리'도 한몫한다. 퍼스널브랜딩을 잘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이를 성취하면 차별화된 이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하지만 이는 피상적 이해에 기반한 막연한 희망일 뿐, 실제로는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높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한편 '단순 노출 효과'도 퍼스널브랜딩 열풍을 가속화하는 데 일조한다. 미디어에서 퍼스널브랜딩 관련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이는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또한 유명인들의 퍼스널브랜딩 성공담이 부각되면서 대중들로 하여금 동경심을 자극하고, 모방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으로 '편승 효과(bandwagon effect)'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믿음이나 행동을 보일 때, 이에 동조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소셜미디어에서 퍼스널브랜딩이 화제를 모으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게 되고, 이는 마치 유행을 쫓듯 퍼스널브랜딩에 뛰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처럼 '사회 비교 이론', '희소성의 원리', '단순 노출 효과', '편승 효과' 등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무분별한 퍼스널브랜딩 열풍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기보다는, 자신의 내재적 역량에 충실한 성찰적 자세가 요구된다. 겉치레 화려한 퍼스널브랜딩보다 내실을 다지는 일에 집중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브랜드 가치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열풍 속에서 정작 간과되는 것은 퍼스널브랜딩의 실체다. 퍼스널브랜딩의 핵심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인데, 이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퍼스널브랜딩은 오랜 시간 동안 개인의 전문성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타인에게 각인되는 것이다. 단순히 SNS 프로필을 예쁘게 꾸미고 잘 포장된 콘텐츠를 생산한다고 해서 퍼스널브랜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같은 인물들을 떠올려 보자. 이들은 기업의 CEO이면서 동시에 개인 브랜드로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단순히 퍼스널브랜딩을 의식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해서 지금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은 아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전문성을 쌓고 혁신을 이뤄내면서 자연스럽게 개인 브랜드를 확립하게 된 것이다.
물론 체계적인 퍼스널브랜딩 전략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무분별하게 퍼스널브랜딩에 뛰어드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포장에 현혹되어 정작 내실을 다지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허울뿐인 퍼스널브랜딩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런 피상적인 접근은 자칫 자기만의 진정성을 상실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퍼스널브랜딩에 뛰어들기에 앞서 깊이 있는 자기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외적인 브랜딩 전략을 세우기 이전에 내적인 가치관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찾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공개되는 시대다. 때문에 어쩌면 예전보다 더 개인이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퍼스널브랜딩의 본질을 망각한 채 유행에 편승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적인 성장이 병행되지 않는 피상적인 퍼스널브랜딩은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개인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높이는 것, 바로 그것이 가장 효과적인 퍼스널브랜딩의 핵심 아닐까? 요란한 마케팅에 휩쓸리기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역량을 쌓아가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실 있는 성장 위에 세워진 퍼스널브랜딩만이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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