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스타트업의 CFO로 일하던 시절, 나는 회사의 1/3에 달하는 인력을 구조조정해야 했다. 그 경험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무거운 짐으로 남아있다. 당시 나는 이 경험을 회고 차원에서 간단히 공유했는데, 그것은 자랑이 아닌 고통스러운 고백이었다.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그 역할을 미리 알았다면 합류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한 창업가와의 만남은 내 마음 깊숙이 묻어두었던 불편한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는 자신의 스타트업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경험을 이야기했는데, 놀랍게도 그의 눈빛에서 마치 큰 업적을 이룬 듯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를 인지한 순간,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의 태도는 내가 겪었던 고통스러운 경험과는 너무나 달랐고, 구조조정의 무게를 전혀 다르게 인식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러한 태도 차이는 구조조정에 대한 위험한 오해를 보여준다. 어쩌면 그는 구조조정을 통해 냉혹하지만 능력 있는 기업가가 되었다고 착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자랑으로 여기는 태도는 심각한 오류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로도 뒷받침된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샌드라 수처 교수는 이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제시한다. 그녀의 연구는 구조조정의 실제 영향과 그것이 기업에 미치는 장기적 효과를 분석하여,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구조조정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비용 절감의 빠른 해결책으로 보지만, 이는 종종 기업의 신뢰를 해치는 결과를 낳습니다.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대량 해고를 경험한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생산성, 혁신, 고객 만족도 모두에서 하락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학문적 견해는 실제 데이터로도 뒷받침된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연구에 따르면, 대량 해고를 실시한 기업의 주가는 3년 후 해고를 하지 않은 기업에 비해 평균 24% 낮았다. 이는 구조조정이 단기적 해결책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인 벤 호로위츠는 그의 책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에서 "구조조정은 CEO의 실패"라고 단언했다. 이는 구조조정이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과 예측의 결과임을 의미한다. 애플의 팀 쿡 CEO도 2022년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들의 견해는 구조조정을 가볍게 여기는 일부 창업가들의 태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실제로 구조조정 대신 다른 방법을 선택해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2022년, 많은 기술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 넷플릭스는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다. 구독자 수 감소로 인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는 대규모 해고 대신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에 집중했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우리는 성장을 늦추고 비용을 통제하고 있지만, 우리 문화의 핵심인 창의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는 2023년 초반 구독자 수를 회복하고 주가도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보였다.
구조조정의 과정과 그 후의 대처 또한 중요하다. 링크드인의 사례는 교훈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링크드인은 불가피한 인원 감축 시 떠나는 직원들에게 평균 10주치 급여와 함께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이는 남은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회사의 평판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창업가들은 구조조정을 자랑이 아닌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는 자신의 예측과 판단력에 결함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향후 더 신중한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다짐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피터 드러커의 명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문화는 전략을 아침식사로 먹어치운다(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 경영진은 구조조정을 결정할 때 그것이 조직 문화에 미칠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라도, 그 과정에서 조직의 핵심 가치를 지키고 문화를 보존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구성원을 단순한 자원으로 여기는 기업 문화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 창업가들은 구성원들을 함께 꿈을 이루어 나가는 동반자로 대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기업 경영의 실패를 의미한다. 이를 자랑으로 여기는 순간, 창업가는 이미 더 큰 실패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고,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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